침묵의 영성

13
4월

예수님은 당시 사람들이 메시아로서는 전혀 이해할 수 없는 방식으로 죽으셨습니다. 하나님은 백성들의 죄에 대해 진노하시면 그의 아들에게 진노를 퍼부으셨습니다. 예수님은 그 앞에서 침묵하셨습니다.


그 침묵은 무기력해 보이기도 합니다. 하지만 이 침묵은 거대한 영성의 힘이 뒷받침되지 않으면 할 수 없습니다. 침묵은 할 말이 없기 때문에 가만히 있는 게 아닙니다.


침묵은 언어의 또 다른 방식입니다. 십자가를 바라보며 우리는 침묵의 영성을 배웁니다. 예수님은 침묵을 통하여 십자가를 가장 선명하게 드러내십니다. 그래서 십자가를 바라보면 그 안에 침묵하는 그리스도를 통해 많은 메시지를 받게 됩니다. 말이 아니라 침묵을 통해 더 많은 것을 들을 수 있습니다. 그리스도의 침묵은 하늘의 뜻에 모든 것을 맡기는 것입니다. 하나님 아버지께 온전히 순종하는 그리스도의 모습이 침묵으로 나타난 것입니다.


말을 많이 해야 권위가 생기는 것도 아닙니다. 말을 많이 함으로 나의 존재를 알리고 싶은 유혹과 싸워야 합니다. 교회 안에서도 말을 적게 하고 순종하는 사람에게 권위가 주어집니다.


침묵은 쉽지 않습니다. 아무나 할 수 있는 것도 아닙니다. 억울한 일을 당할 때 침묵하는 것은 쉽지 않습니다. 나의 정당성, 나의 무죄함, 억울함을 밝히고 싶어 사람들은 말을 합니다. 하지만, 나의 정당성을 입증하다가 어떤 때는 다른 사람을 죽일 수도 있습니다. 나는 사는데 다른 사람은 죽는 것입니다.


중요한 것은 나의 정당성이 아닙니다. 중요한 것은 나의 무죄함이 증명되는 것도 아닙니다. 나의 억울함이 밝혀지는 것도 중요한 게 아닙니다. 가장 중요한 것은 하나님의 뜻이 이루어지는 것입니다.

침묵을 통해 하나님의 공동체가 평화를 누리고 다른 사람에게 유익이 되고, 구원의 역사, 사람을 살리는 역사가 일어날 수 있습니다. 우리의 의지적인 노력보다 더 크게 역사하시는 하나님의 통치를 믿을 때 침묵할 수 있습니다.


우리는 침묵하시는 그리스도를 통해 승리의 비결을 배웁니다. 그것이 십자가입니다. 고난 주간을 맞이하며 침묵의 영성으로 더 신앙이 깊어져 가기를 바랍니다. 그래서 하나님의 뜻을 더 깊이 알아가는 여러분들 되시기를 소망합니다.

김치길 목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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