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
Jul
제가 가장 좋아하는 필기구는 지우개 달린 연필입니다.
잘못한 것은 금새 지우고 다시 쓸 수 있기 때문입니다.
인생을 살아가다 잘못한 것을 발견했을 때,
금새 지우고 새로 쓸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나의 실수로 상처 주고 아프게 했던 것들을 금새 지우고
배려와 사랑으로 다시 쓸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조금 더 참지 못해 화내고 분노 했던 것들을 지우고,
인내와 사랑으로 다시 쓸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삶을 써 내려가다 보면, 얼마나 자주 실수를 하는지,
어떤 글은 금새 지우고 다시 써 내려 갑니다.
어떤 글은 당시에는 몰랐는데, 나중에 다시 읽어 보니,
그렇게 쓴 것이 부끄러워 지우고 다시 쓰기도 합니다.
어떤 경우는 문장의 내용이 틀린 것은 아니지만,
앞 뒤의 문맥과 어울리지 않는 어색함에 지우기도 합니다.
시간이 갈수록 연필의 수명은 조금씩 다하겠지만,
쓰고 지우고를 반복하며 글을 남깁니다.
때로는 지웠던 수많은 흔적들이 남을 수도 있지만,
남아 있는 글의 내용이 만족스러울 수 있다면 좋을 것입니다.
때로는 연필은 아직 많이 남아 있는데,
지우개를 다 써버린 경우도 있습니다.
아마 긴 연필에 비해 지우개가 그렇게 조그만 것이 달려 있는 것은
쓰고 있는 글에 조금 더 신중함을 더하라는 의미일 것입니다.
지울 수 없는 잉크펜 보다는,
실수와 잘못을 지울 수 있는 지우개 달린 연필이 좋습니다.
우리의 삶은 지우개 달린 연필과 같습니다.
여전히 지울 것이 많은 인생을 살고 있는
김치길 목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