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경 미화원 아저씨의 죽음

12
May

“어디서 난 옷이냐? 어서 사실대로 말해봐.”
환경미화원인 아버지와 작은 고물상을 운영하는 어머니는 아들이 입은 고급 브랜드의 청바지를 본 순간 이상한 생각이 들어 아들을 다그쳤습니다.
부모님의 성화에 못 이겨 아들이 사실을 털어놓았습니다.
“죄송해요. 버스 정류장에서 지갑을 주웠어요.”

아들의 말에 아버지는 그만 자리에 털썩 주저앉고 말았습니다.
“내 아들이 남의 돈을 훔쳤다니…”
잠시 뒤 아버지가 정신을 가다듬고 말했습니다.
“아무리 어렵다고 잘못된 길로 빠져서는 안 된다.”
아버지는 눈물을 흘리며 아들의 손을 꼭 잡고 경찰서로 데려가 자수시켰습니다.

자식의 잘못을 감싸기 바쁜 세상에 뜻밖의 상황을 대면한 경찰은
의아해 하면서 조사를 시작했습니다.
경찰 조사 과정에서 아들의 범죄사실이 하나 더 밝혀졌고,
결국 아들은 법정에 서게 되었습니다.
그 사이에 아버지는 아들이 남의 돈을 훔친 것에 마음 아파하다가
그만 심장마비로 세상을 떠나고 말았습니다.

재판이 있는 날 법정에서 어머니가 울먹였습니다.
“남편의 뜻대로 아들이 올바른 사람이 되도록 엄한 벌을 내려 주세요.”
아들은 눈물을 흘렸습니다.
“아버지가 저 때문에 돌아 가셨어요. 흐흐흑….”
이를 지켜보던 주위 사람들은 모두 숙연해졌습니다.

드디어 판결의 시간이 왔습니다.
“불처분입니다. 꽝! 꽝! 꽝!”
벌을 내리지 않은 뜻밖의 판결에 어리둥절해하는 당사자와 사람들에게
판사가 그 이유를 밝혔습니다.
“이처럼 훌륭한 아버지를 둔 아들이라면, 저는 그 아들 또한 믿습니다.”

어버이 주일입니다.
자녀의 삶에 작은 길이 되는 아비이길 기도합니다.

아버지의 삶을 기억하며
김치길 목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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