풀잎에도 상처가 있다

07
Jun

풀잎에도 상처가 있다
꽃잎에도 상처가 있다
너와 함께 걸었던 들길을 걸으면
들길에 앉아 저녁놀을 바라보면
상처 많은 풀잎들이 손을 흔든다
상처 많은 꽃잎들이
가장 향기롭다

한 소녀가 새엄마의 심한 구박을 견디지 못해 가출을 하고, 절도죄를 저지르게 되었습니다. 결국, 24세의 성인이 되어 금융사기와 문서위조 등의 죄로 법정에 서게 되었습니다. 그녀는 50페이지에 달하는 반성문에 누구보다 아픈 과거를 써 내려가며, 구속으로 멈추게 되어 다행이라고 적었습니다.

그 사건을 맡은 대전지법 김진선 판사는 그 때, 남편이 교통사고로 중환자실에 있었습니다. 자신도 어릴 때 아버지의 사업 실패로 집이 경매되고, 가족이 뿔뿔이 흩어 지내며, 연탄 배달조차 되지 않는 달동네의 할아버지 할머니 손에 자랐습니다.

그 판사는 선고를 하면서 정호승의 시, “풀잎에도 상처가 있다”를 읽어 주며, 아픈 상처가 발목을 잡는 것이 아니라, 향기로운 삶으로 피어나는 바램을 전했습니다.

그 사건을 계기로 아버지에게 속 마음을 털어 놓고 화해하고, 피해자들과도 합의로 마무리되었습니다.

누구에게나 상처가 있습니다. 어떤 사람은 다른 사람보다 훨씬 아픈 상처가 있을 것입니다. 하지만, 어떤 이는 상처로 인해, 가시가 돋고 다른 사람을 아프게 하는 삶을 살아갑니다. 어떤 이는 상처에 머물러 있는 것이 아니라, 그 삶을 더욱 아름다운 향기를 피어냅니다.

우리 모두는 저마다의 상처가 있습니다. 상처가 있지만, 아름다운 향기를 품어 낸다면 더욱 아름다운 삶이 될 것입니다.

상처가 향기가 되는 삶을 소망하며,
김치길 목사

en_CAEnglish